우리가 매일 쓰는 말 중에는 처음 생겨났을 때와 뜻이 완전히 달라졌거나, 상상도 못 한 곳에서 흘러나온 것이 많다. 몇 개만 들춰 봐도 "이게 원래 이런 뜻이었어?" 싶은 낱말이 줄줄이 나온다.
뜻이 정반대로 바뀐 말
'어리다'는 지금은 나이가 적다는 뜻이지만, 원래는 '어리석다'였다. 훈민정음 서문의 "이런 까닭으로 어린 백성이…"에서 '어린'은 나이가 아니라 '어리석은'을 가리킨다. 세종이 안타까워한 대상은 글을 몰라 제 뜻을 펴지 못하는 백성이었으니, 세월이 흐르며 '어리석음'은 떨어져 나가고 '나이 어림'만 남은 셈이다.
'예쁘다'의 옛말 '어엿브다'는 더 극적이다. 15세기에 '어엿브다'는 '불쌍하다, 가엾다'는 뜻이었다. 훈민정음 언해의 '어엿비 너기다'도 '가엾게 여기다'로 읽어야 맞다. 가여운 것을 자꾸 들여다보다 애틋함이 스며들었는지, 뜻이 '사랑스럽다 → 예쁘다'로 옮겨 갔다. 이런 옛 형태들은 사어와 옛말 속에서 지금 말의 뿌리를 보여 준다.
뜻밖의 출신을 가진 말
'시치미를 떼다'의 '시치미'는 매사냥에서 나왔다. 길들인 매의 꽁지깃에는 주인 이름을 적은 이름표를 매달았는데, 그 표가 바로 시치미다. 남의 매를 슬쩍 가로채려면 이 표부터 떼어 내야 했으니, '시치미를 떼다'가 '알면서 모르는 척한다'는 뜻으로 굳었다.
한자에서 온 말도 만만치 않다. '점심(點心)'은 글자 그대로 '마음(心)에 점(點)을 찍는다'는 뜻으로, 본래 끼니 사이에 요기하는 가벼운 음식을 가리켰다. 아침과 저녁 사이의 배고픔을 점 하나 찍듯 달랜다는 발상이다. 이렇게 우리말 속 한자어를 뜯어보면 익숙한 단어가 새롭게 보인다.
그럴듯하지만 사실이 아닌 유래
낱말 유래에는 함정도 있다. '행주치마'는 임진왜란 행주대첩 때 아녀자들이 치마에 돌을 날랐다는 데서 나왔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. 하지만 '행주치마'라는 말은 전투(1593년)보다 앞선 16세기 초 문헌인 훈몽자회에 이미 나온다. 즉 전투에서 생긴 말이 아니라, 발음이 비슷해 나중에 갖다 붙인 민간어원이다.
'을씨년스럽다'를 을사늑약이 맺어진 을사년(1905년)과 잇는 풀이도 널리 퍼져 있지만, 이 역시 분명한 근거는 없는 속설로 본다. 그럴듯한 이야기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해 볼 만하다.